옛날이야기

하늘나라 밭 구경 - 어려운 상황을 이겨 나가는 지혜

룽마 2009. 11. 19. 11:19

옛날에 아주 똑똑한 소년이 있었다. 

웬만한 어른보다 생각이 훨씬 깊은 소년이었다. 

아버지는 높은 벼슬을 가진 분으로 얼마 전 중국에 사신으로 다녀오기도 했다. 

그런데, 아버지가 중국에 다녀오신 뒤부터 끙끙 앓는 것이었다. 
소년은 이불을 뒤집어쓰고 누워 계시는 아버지 머리맡에 앉아 걱정거리를 여쭈었다. 
중국에 갔을 때 그들이 하는 말이다. 
"그 좁은 땅에서 살려니 얼마나 답답하겠고. 저 들판을 보시오. 

저 들판에서 나는 곡식과 채소만으로도, 조선 백성 모두를 배불리 먹일 수 있을 것이오. 

만리장성이라고 들어봤소? 

성의 길이가 만리나 된다고 해서 만리장성이라 한다고. 

당신네 땅에서 사는 사람들은 상상도 못할 어마어마한 성이지요. 하하" 
이런 말들로 인해 화가 머리 끝까지 난 아버지는 
"허허. 그까짓 걸 가지고 뭘 그러시오. 우리 나라엔 하늘 나라에도 밭이 있는데." 
라고 말해버렸고, 중국 사람들은 신기해하며, 석달 뒤 조선을 방문키로 했다. 
이제 그 날이 보름밖에 남지 않았다는 거였다. 
소년은 잠시 생각에 잠긴 뒤 함박웃음을 터뜨리며 아버지 귀에 대고 소곤거렸다. 

그러자 아버지도 무릎을 탁 쳤다. 
드디어 중국 사람들이 오는 날이 되었다. 
아버지는 이른 아침부터 환갑이 넘은 노인들을 성문 앞으로 불러모아 잔치를 벌였다. 

노인들은 맛있는 음식과 시원한 술을 먹으며 즐겁게 놀았다. 

절로 노랫소리가 흥겨워지고 어느새 춤판도 벌어졌다. 
그 동안 소년은 그 잔치판 옆으로 동네 조무래기들을 불러모았다. 
"얘들아. 여기서 큰 소리로 울도록 해라. 그러면 이따가 엿을 한 아름씩 줄게. 알았지?" 
소년의 말에 아이들은 빽빽 소리를 지르며 울기 시작했다. 

그런 다음 아버지와 소년은 중국 사람들을 맞이했다. 
성문앞을 지나던 중국 사람들이 흥겹게 놀고 있는 노인들과 

그 옆에서 울고 있는 아이들을 보며 궁금한 듯 물었다. 
그러자 아버지가 노인들을 가리켰다. 
"저 노인들은 하늘 나라 밭으로 일하러 갔다가 사흘 전에 돌아온 사람들이오. 

하늘 나라 밭은 너무 멀어서, 가는 데 30년 오는데 30년 걸린다오. 

60년 만에 고향에 돌아왔으니 얼마나 기쁘겠소! 그래서 저렇게 잔치를 벌이고 있는 거라오." 
"그리고 저 아이들은 .... 하늘 나라 밭을 매러 가는 길이라오. 

이제 가면 60년 뒤에나 다시 올 수 있는데 어찌 서럽지 않겠소." 
중국사람들이 머뭇거리자 아버지가 일부러 중국 사람들의 팔을 잡아 끌며 
"자. 우리도 갈 길이 바쁘니 어서 서두릅시다." 
그러자 중국 사람들은 저마다 슬슬 꽁무니를 빼며 허둥지둥 오던 길을 되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