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와 악마’는 기호학에 정통한 로버트 랭던 교수가 엄청난 파괴력을 지닌 ‘반물질’을 발견한 세계적인 물리학자
베트라 박사의 죽음을 계기로 과학과 종교 간의 대립을 하나씩 풀어 나가는 추리소설이다.
과학의 네 가지 원소인 흙(earth)과 공기(air), 불(fire), 물(water)을 나타내는 상징적인 장소에서
하룻밤 사이 1시간 간격으로 네 명의 추기경이 살해되는 것을 막기 위해 랭던교수와 베트라 박사가
로마시내의 중요한 장소를 찾아다니는 흥미진진한 이야기이다.
책의 하이라이트는 콘클라베(새 교황을 뽑는 추기경들의 비밀회의) 중 사라진 네 추기경이
과학의 네 원소인 흙과 공기, 불, 물을 상징하는 베르니니의 조각상 근처에서 살해당하는 장면인데
이 네 원소를 상징하는 곳은 로마인들이 이집트에서 약탈한 거대한 돌기둥 오벨리스크가 있는 광장들로,
로마의 유명한 여러 광장들이 등장하게 된다.
과학의 첫째 원소 ‘흙’에 대한 내용은 포폴로 광장에 있는 ‘산타 마리아 델 포폴로’ 성당에서 찾을 수 있다.
‘산타 마리아 델 포폴로’ 성당 지하에는 키지 가문의 납골당이 있고, 그 위에 키지 소성당이 위치하고 있다.
첫째 희생자인 에브네 추기경이 질식사당했던 곳인 키지 가문의 지하 납골당으로 내려가는 입구에는
‘악마의 구멍’, 즉 ‘무릎 꿇은 해골’이라는 이름의 모자이크가 맨홀 뚜껑처럼 바닥에 박혀 있다.
책에서는 희생자가 발생할 다음 장소를 찾을 수 있는 단서를 베르니니의 작품으로 알려주는데,
키지 성당에서는 ‘하박국과 천사’의 조각상에서 그 단서를 찾게 된다.
‘하박국과 천사’ 상에서 천사의 손이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가면 곧장 테베레 강을 건너 베드로 광장을 향하게 되고,
이 베드로 광장에서 또 다른 희생자인 라마세 추기경이 폐에 구멍이 뚫려 죽는다.
베드로 광장 오벨리스크 주위 바닥에는 16개의 부조들이 타일처럼 바닥에 박혀 있는데,
그 중 다음 희생자를 찾을 단서가 되는 것이 서풍을 나타내는 ‘웨스트 포넨테’라는 부조이다.
입으로 바람을 불고 있는 천사의 모습에서 바람 방향이 가리키는 곳이 바로 과학의 셋째 원소 ‘불’을 상징하는 곳이다.
책 속에서는 로마시내 중심에 위치한 바르베리니 광장의 ‘산타 마리아 델라 비토리아’ 성당으로 나와 있다.
과학의 네 원소를 상징하는 광장들 중 특이하게도 오벨리스크가 없는 바르베리니 광장에는 오벨리스크를 옮긴 대신
그 자리에 ‘트리토네 분수’가 중세 이후 자리 잡고 있다.
이 바르베리니 광장에 있다는 ‘산타 마리아 델라 비토리아’ 성당을 찾기 위해서는 바르베리니 광장이 아니라
바르베리니 광장에서 약 500m 정도 바르베리니 길로 올라간 ‘산타 수산나 광장(Largo s. susanna)’과
‘9월 20일 거리(Via venti settembre)’ 코너에서 이 성당을 찾을 수 있다.
세 번째 희생자인 가이드라 추기경이 끔찍하게 공중에 매달린 채 화형당하게 되는 곳으로
화려하고 아름다운 바로크 양식의 성당이다.
이 성당에는 다음 장소의 단서로 ‘성 테레지아의 법열’이란 유명한 작품이 있다.
테레지아 성녀를 향해 화살을 겨누고 있는 천사의 모습이 인상적이라는 이 작품은 관광객들이 여럿 모이는 곳이라
쉽게 찾을 수 있다. 테레지아 성녀를 겨눈 천사의 화살촉 방향은 과학의 넷째 원소인 물을 나타내는 장소인
‘나보나 광장’을 향하고 있으며 나보나 광장에는 베르니니 작품 ‘강의 분수’가 있다.
이 분수에서 새 교황으로 가장 유력한 후보였던 바치아 추기경이 익사하면서 과학의 네 원소를 찾는 대장정은 막을 내리지만,
마지막으로 전설 속 ‘계몽의 교회’라는 곳에 감금된 여자 주인공을 구하러 가게 된다.
계몽의 교회는 ‘강의 분수’에 있는 오벨리스크 윗부분의 도브상 방향을 보고 ‘천사의 성’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천사의 성에서 베트라 박사의 딸인 비토리아를 찾는 모험이 마지막으로 전개되면서
과학과 종교 간의 대립들을 풀어 나가는 흥미진진한 추리소설은 끝이 난다.